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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으로서의 경계심, 그리고 또다른 가해에 대한 정정과 생각 본문

넋두리

팬으로서의 경계심, 그리고 또다른 가해에 대한 정정과 생각

용덧 2019. 5. 1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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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 달 전 용준형에 대한 나의 주저리를 담은 글을 올리고, 꽤 많은 주목과 공격을 받고 어느새 잠잠해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 그는 4월 초 현역으로 입대하여 며칠 전 수료를 하고, 남은 기간 성실히 복무할 예정이다. 주말이니까 블로그 임시 보관함에 저장된 쓰다만 미완성 글을 마저 완성시켜 보려고 한다. 아마 입대 즈음인 4월 초에 작성했던 글.

 

 

 

 계속, 조용히 그를 응원하겠단 포스팅을 한 이후로 지겹도록 듣는 말이 '2차가해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내가 용준형을 응원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현실에서도 안 들어본 더러운 쌍욕을 들어야 하는건지 의문이 들어 며칠을 곰곰이 생각했다. 당연히 누군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나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감히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되니, 서로 부딪힐 일 없이 지나가기만을 바랄뿐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나의 '2차 가해'.. 2차 가해는 도대체 무엇이고, 팬으로서 나는 어떤 걸 경계해야 할까 찾아보기로 했다.

 

2차가해란 무엇일까

"2차가해란 성범죄 등 피해자에게 그 피해 사실을 근거로, ‘피해자의 행실이 불량해서 범죄 피해를 자초한 것’이라며 모욕하거나 배척한다는 뜻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성폭력 2차 피해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사법기관, 의료기관, 가족, 친구, 언론 등에서 보이는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피해자가 입는 정식적,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이나 피해자 스스로 심리적인 고통을 겪는 것’으로 정의한다"

 

2차가해를 명확히 정의내리고자, 며칠동안 위키백과와 기사, 논문 등을 여러개 찾아봤다. 사전적으로 내려진 정의가 없어서, 기사를 인용하였다. 1차적인 가해를 넘어서, 피해자에게 가해의 원인을 돌리는 등의 언행으로 또다른 가해를 입히는 행위를 2차가해라고 정의한다.

2차가해가 발생하는 분야는 사법기관, 의료기관, 가족, 친구, 언론 등 다양하고 그 범위도 넓은데, 가령 "사실 좋아서 받아준 거 아니냐" 는 경찰관의 경솔한 발언, "니가 조심했어야지" 라는 친구들의 말들부터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공동체의 분위기, 피해자의 의지에 상관없이 화해나 협의를 강요하는 제 3자의 위력까지 모두 2차가해에 해당된다.

 

 

# 팬으로서 경계해야 하는 2차 가해

"여자도 조신하지 못 했네. 여자도 조심했어야지"

"보내줘서 받아 봤을 건데 뭐. 사회생활 살다보면 그런 일 많아"

 

위에 예시를 든 표현들은 모두 2차 가해에 해당한다. 첫번째 예는 성관련 사건의 책임 일부를 피해자에게 돌리는 발언이다. 위에서 인용한 2차 가해의 정의 그대로, 피해자의 행실이 불량해서 범죄를 당한 것이라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것. 요즘은 이런 말이 나오면 충분히 문제되는 발언임을 많이들 인식하는 편이지만...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러한 2차 가해적 발언들이 정말 많았다. 성범죄를 당했을 때, 피해자의 옷차림을 지적하고 심지어는 가해자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지금은 인식이 많이 보편화 되었지만 여전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두번째 예시 또한 사건의 무게를 가볍게 보는 공동체의 분위기에서 나올 수 있는 2차 가해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기사 댓글들에서 그를 비난하되, 저렇게 '그럴 수도 있지' 식의 발언을 하는 네티즌들을 종종 봤다.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팬이라면 더욱 경계해야 하는 생각이다. 아무리 당신이 살아온 환경이 이런 묵인의 분위기였다고 해도, 당사자는 그 묵인이 잘못임을 알고 사과를 했고,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 

2차가해의 범위는 넓다. 그리고 같은 말도 상황에 따라 2차 가해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의 행동이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항상 따져봐야 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의 방관과 묵인으로 생긴 피해자의 존재를 충분히 알고 그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 그를 응원하기로 마음 먹었기에 더욱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발언을 경계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다.

 

나는 이번 기회로 주의해야 하는 발언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무슨 말이든 꺼내기 전에 먼저 피해자의 입장을 두 번 세 번 헤아릴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명예훼손을 유발하는 또 다른 가해자들도 자신들의 행동을 돌이켜보길 바라며, 아래에서는 며칠동안 봤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 언어폭력을 가하는 부류

 

어제 있었던 총공을 보다가 퍼온 트윗 글이다. 흉자란, 한마디로 '흉내 자지'의 줄임말이다. 사실상 명예남성과 비슷한 이다. "자지(남자)를 흉내내다, 남자를 따라한다." 라고 구글의 설명을 퍼왔다.

응원의 발언을 남겼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아무 계정에나 찾아와서 부끄러움도 모른채 비웃으며 욕설을 일삼는다. 피해자를 생각하고 2차가해 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다른 여성에게는 '흉내 자지' 라는 말을 사용하는 상황이라.. 여성을 위한다는 사람이 여성을 공격하는, 이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지.

위 글은 블로그 방명록에 달린 글이다. 다른 의견 남겨주신 방문자 분들까지 조롱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나머지는 블러 처리 했다. 곳곳에 보이는 모욕적인 표현들. 남성을 특정 단어로 표현하고, 나의 행동을 '빨아제낀다'고 모욕한다. 불법촬영물 사건 관련 참고인이기 때문에 '범죄자'라는 표현도 부적절 할 뿐만 아니라, 대가리에 X물이 찼다, 지랄을 해댄다 등의 표현은 타인을 향한 충분한 언어폭력이다.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는 부류

이 글을 쓰는 오늘 SNS에서는 용준형의 퇴출을 원한다는 사람들의 갑질 파티가 열렸다. 그 글들을 보는데 방관의 문제점을 꼬집거나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글이 아닌 이런 글들이 보였다. 아래 소개할 내용은 용준형이 그가 키우는 애완동물을 족족 유기했다는 루머.

 

<사실 정정>

먼저 2013년도 말에 그는 인스타그램에 고양이 두 마리를 소개한 적 있다. 티거와 레이. 그 고양이들은 잠깐 SNS에 소개되고 소식이 없어 팬들도 근황을 궁금해 했는데, 키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 친한 지인에게 입양을 보낸 것으로 확인이 됐었다. 

2013년 당시 댄스팀이 올린 인스타그램

 

티거는 같이 일했던 댄스팀의 단장님께서 키우고 계시는데, 고양이 계정을 따로 운영하고 계셔서 쉽게 고양이가 잘 지내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 6살이고 정말 잘 지낸다고) 오른쪽 디렉은, 티거를 입양받으신 분이라면 레이의 행방도 아실까 싶어 조심스럽게 여쭤보고 받은 답장이다. 정확히 누구에게 입양 갔는지는 모르시지만, 역시 티거처럼 다른 분께서 키우고 있다는 게 집사 지인 분의 기억.

그리고 다음 해에 입양한 불독 강아지. 이 아이는 그가 꽤 시간을 두고 키웠음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집이 비는 날에는 애견학교에 보내고, 집에서도 훈련을 하는 등 애정을 다해 키운 강아지. 언젠가 팬이 그에게 물었을 때, 그는 강아지가 너무 커져서 시골에서 키우기로 하고 시골에 보냈다고 말했다.

2015년 그가 부모님이 하던 카페에서 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받았던 답변. 여기까지, 그가 입양했던 반려동물들의 근황 설명이다. 더 많은 사랑을 줄 주인을 만나고 더 살기 좋은 환경으로 보내는게 나을 거라고 그는 판단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한 번 분양을 했으면 책임을 지고 끝까지 키웠어야지' 라는 의견도 충분히 이해한다. 고양이의 경우 당시에 사정상 얼마 키우지 못하고 바로 입양을 보냈다면, 분양받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저 아이들이 다른 주인을 잘 만나 잘 크고 있으니 다행이다.

확실한 건, 위 사람의 말처럼 그는 반려동물을 '유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려동물 '유기'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누구도 동물이 더 살기 좋은 환경으로 가는 걸 유기라고 매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돌보기 어려운 사정일 때 그대로 동물을 방치하는 것이 반려동물의 입장에서는 '유기'일 수도 있다.

추가로 그의 SNS에 올라왔던 푸들 강아지. 이 아이는 처음부터 그의 부모님께서 키우기로 한 강아지였다.

 

그의 부모님이 카페를 그만두시기 전 가게 일로 바쁘셨을 때, 그가 집에서 강아지를 돌보았다. 푸들 아이를 분양한 업체 블로그에도, '어머님께 선물로 드릴 아이' 라고 적혀있고 또한 한 달 정도는 직접 관리해줄 거라고 적혀있다. 본인이 돌볼 때 SNS에 사진을 올리곤 했지만 부모님께서 키우시면서 자연스럽게 SNS 업로드도 없었다. 당시 팬들도 이 블로그 글을 보고 직접 키우려고 새 강아지를 분양받은 게 아닌 부모님의 강아지임을 알았다. 조금이라도 깊게 찾아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을,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혹은 알면서도) 거짓 정보를 퍼뜨린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지만 모르면서 떠드는 건 죄가 될 수 있는 게 대한민국임을 유의하자:)

 

또 다른 허위 사실 적시를 알아보자. 그것은 '정준영 생일파티를 가기 위해 일본 팬미팅을 펑크 낸 용준형'. 이에 대한 이야기는 3월 SBS의 카톡방 보도 이후 사실처럼 루머가 퍼져나갔고, SNS에도 생일파티를 언급하는 댓글이 많았다.

<사실 정정>

시간 순서로 설명하겠다. 2016년 2월 19일까지, 그는 일본에서의 릴리즈 이벤트 (싸인과, 일대일 기념사진을 찍는) 를 소화했다. 아래는 2월 19일 싸인과 기념사진 이벤트 사진.

 

그러던중 독감 소식과 함께 그는 인스타그램에 이후 남은 이벤트를 참여하기 어렵다는 사과의 글을 올렸고 20일 귀국했다. 20일의 이벤트는 다른 멤버들만 소화했고, 그들은 21일에 귀국했다.

21일의 입국 프리뷰

그리고 정 씨의 생일파티 사진이 올라온 건 21일에서 22일로 넘어가는 새벽. 그 사진이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자 그는 즉각 '잠시 들러 선물을 전해준 것' 이라고 해명했고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점에 대해 SNS를 통해 사과했다. 오해를 불러일으켰기에 사과하는 게 맞았다.

  • 1) 일본에서 주최한 그랜드 팬미팅이 아닌, 일대일로 팬을 만나고 접촉해야 하는 이벤트였다. 일본은 독감이 의심되면 학교든 회사든 일단 쉬어야 할만큼 민감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 2) 일대일 팬 만남 이벤트는 정 씨의 생일파티가 있던 날보다 하루 전에 진행 되었다.

  • 3) 그는 20일 스케줄까지 소화하고 21일에 귀국하여 충분히 생일파티에 들를 수 있었다. '그의 생일파티에 가기 위해' 굳이 마지막날 이벤트를 캔슬하고 귀국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

많은 정황들이 사실과 다르고 당시 충분히 해명이 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과오가 드러난 시기를 틈타 허위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적시한다. 용준형의 잘못과 별개로 연예인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이다. 그들이 퍼뜨리는 허위사실에 연예인은 저지르지 않은 행동으로 욕을 먹는다. 이런 루머 유포를 유명인에게 가해하는 사람들이, 떳떳한 척 2차가해 하지 말라며 남을 나무라는 사람들은 아니길 바란다. 나는 위와 같은 허위 사실 적시와 무분별한 모욕들을 모아 소속사 법무팀에 전송 했다.

 

# 글을 맺으며

그를 응원하며 보게 되는 그를 향한 악플들. 도 넘은 악플들은 충분히 문제이지만 그의 잘못을 비판하는 글들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넘기고 있다. 그리고 그를 응원하겠다고 선언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해를 바란 적 없고 '왜 아직도 좋아하냐'는 그들의 말들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혹시라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발언들에 경계심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고 또 돌아볼 것이다. 그리고 근거없는 루머를 유포하는 가해자들에게 휘둘리지 않게 위의 사실 정정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또 다른 가해자들은 언젠가 꼭 응당한 죗값을 치르길 바란다.

나는 팬이기 이전에 여성, 그리고 사람으로서 내가 한 선택에 책임 정도는 질 줄 안다. 자신의 과열된 증오를 누르지 못하고 날조를 퍼나를 바에는 조용히 나 자신을 검열하며 그를 응원하고 싶다. 어느 게 더 유해할지에 대한 판단은 보는 사람에게 맡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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